181. 증별대사


     대곡과 작별하면서 줌



     북문으로 나와 함께 한강을 건넜으니

     세 가지는 같은데 성은 같지 않다네

     굽이진 골짜기에서 학이 화답하는 것 일찍 바라던 바인데

     다른 별자리 아래 천 리나 멀리 떨어져 길이 막혔구나

     들판의 물은 동족으로 흘러 돌아오지 않고

     변방의 구름은 남쪽으로 내려가 뒤좇을 수 없구나

     뒷날 밤 꿈속에서라도 은근히 통하겠지








182. 기대곡



     대곡에게 부침


     
     만첩 깊은 산중 풀이 문을 덮었고

     땅벌이 길 한가운데 새끼를 쳤구나

     어험 소리 문득 급한데 놀라움 어찌 진정하리

     늙은이 눈물로 마주보다가 한참 만에 말했었지

     형제가 버리고 떠났으니 갈 곳이 없고

     벗들은 쇠잔했는데 누가 생존해 있는가

     외롭게 겨울 석 달을 붙어서 먹고 자내던 일

     당시에 다 잊어버리고서 말하지 않았었지










183. 차호음제사미정운



     호음이 사미정에 쓴 시의 운에 따라



     세상은 잊었지만 아직 기심은 잊지 못했다네

     깊은 골짜기 백 번 찾아와도 몸은 오히려 나그네고

     높다란 집에서 반쯤 잠들었는데 꿈이 이미 기이하도다

     병목 땅 저문 봄에 사람은 쇠잔해졌고

     사천 가랑비에 냇물이 새로 불었도다

     유후에 봉해지려는 계책 장량이 하찮게 여겼겠는가

     한낱 서생의 뜻도 여기에 있다네










184. 차호음제-료학



     요동의 학 다시 왔으니 많은 세월 흘렀고

     옛 정자 물 서쪽 가에 오래도록 서 있네

     남명의 대를 이을 일, 석 달 된 아이에 달려 있고

     강태공의 공명은 한 낚시터의 낚시대에 있네

     향긋한 풀은 나그네의 한을 몇 번이나 녹였던가

     높은 산에서 젊은 여인의 노래를 늘 그리워하였다네

     황소 옆구리 같은 두류산을 열 번 돌아보았으니

     분명 전생의 인연이건만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네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                        - '황'자가 어떤 데는 '사'자로 되어 있다.









185. 무제-사간



     제목 없이



     이 물가에서 날마다 즐거워 마음 거스르는 일 없다네
 
     이를 버리고 천리를 말하는 건  기이할 게 못되리

     지리산 삼장의 거처 그럴듯하고

     무이구곡의 물은 어련하도다

     잘 바른 담장도 기와 오래 되니 바람에 으스러지고

     돌길 이리저리 갈라져도 말이 절로 아는구나

     허연 머리로 다시 오니 옛 주인이 아니로세

     한 해 봄이 다 가는데 [무의]를 읊조린다









186. 차방백운



     방백의 시운에 따라서
                        - 정종영이다


     오십육 년 동안 좋은 소문 듣고 놀래 왔는데

     아련한 신선 사는 집 뜰의 가을을 느낀다네

     대신의 높은 절개 바야흐로 쉬지를 못하고

     풀에 맺힌 이슬같은 남은 혼 오래도록 수습하질 못해 

     북두성 빛나는 높은 하늘의 물방울처럼 기억되고

     바람 서리에 백 번 변하여 이 한 몸 남았다네

     그대가 마음 노력 대단히 한다는 것 알고 있으니

     정녕코 상류에서 물러나기를 권유하노라









187. 차묵재음



     묵재가 읊은 시의 운자를 따라서
                     - 이문건의 호이다



     영고성쇠는 모두 천지조화에 달린 것

     쫓겨났다고 어찌 일찍이 원망했었던가

     상수 신령의 비파 소리에 달은 곱게 외로운 그림자 비추고

     초강이 구름 띠어 구의산이 아름답구나

     뇌룡정은 멀어 보이지 않고

     휴수는 읊조리는 데 흥이 많구나

     늘 시 지을 거리 없어 술도 마시지 못하니

     태상의 관원도 내게 견주면 재계하는 것 아니라네










188. 차휴수음



     휴수가 읊은 시의 운자를 따라서
                        - 이문건의 자이다.



     그대 자신의 일 도모하기에 서툰 줄 아는데

     그게 바로 우리 유가의 높은 경지라네

     그날 임금님의 명령 대궐에서 내리더니

     지금은 초야에서 값 오른 땔나무와 양식 구한다네

     교유하던 사람들은 문득 임금의 신임 받는 신하 되었는데

     홀어미는 오히려 칠실의 걱정이 깊도다

     배 대는 곳에는 십 년 된 묘소 아득한데

     풍상 겪을 것을 생각하여 마지않는구나








189. 명경대-고대



     명경대


  
     높은 대 누가 공중에 솟게 했는지

     당시 오주가 부러져 골짜기에 박힌 것이리라

     창공이 저대로 내려오는 것 허락지 않아

     양곡을 다 볼 수 있도록 하려 한 것이리

     속인이 이르는 것 싫어해 문 앞에 구름이 드리우고

     마귀의 시기가 두려워 바위를 나무가 에워쌌도다

     상제에게 빌어 주인 노릇 해볼까 해도

     은혜 융성한 걸 인간 세상에서 질투하니 어쩔 수 없네










190. 사마소연
                


     사마소의 잔치
                  - 김해에서


     요동의 학 아련하여 나그네 감정 구슬픈데

     들 안개 자욱하여 옛 나라는 깊이 잠겨 있네

     수로왕이 탄강한 구지붕은 성 북쪽에

     옛 모습 그대로요

     서불이 간 대마도는 해 남쪽으로 맑구나

     높은 집에서 비파 연주하여 양주곡이 무르익고

     아름다운 술 차가워지니 옅은 안개 생기는구나

     올해는 지난해의 한스러운 일 짓지 말지어다

     동지인 내일 아침이면 책력풀이 한 잎 또 나겠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