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41. 정감사정종영견과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
     감사 정종영이 들렀기에



     봉황새 높이 나는 데 바람 필요 없나니

     감사로서 벼슬 없는 나와 어울리는구려

     손님 대접에 좋은 음식 없다고 싫어하지 마소서

     구름 낀 산 일만 겹이 소반에 비쳤다오








142. 송이견륜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 이 경윤을 보내며
                        - 이희생의 자이다.



      나그네 심희 물 같기도 하고 또 실 같기도 한데

      하물며 산에 올라 그대가 떠날 때이랴

      그대 한강 가에 이르면 늙은 나를 생각하겠지

      물 가에 내 끼었을 적에 가을 생각 억제하긴 정말 어려워











143. 차우인운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친구의 시 운자에 따라



     두둥실 버드나무 배에 목련나무 노를 저어

     내 님은 어디메 있는가, 구름 저편에 있네

     순채국과 농어회 속에 많은 뜻이 있으니

     강동으로 가는 돛단배를 만나 물어 보소서











144. 증군호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군호에게 줌



     매양 좋은 선물 받아도 보답하지 못하는데

     아무것도 없는 집 경쇠 달아맨 듯하기 때문이라네

     다만 늙은이의 생각을 털어놓고 싶지만

     수레와 종이 없어 갇힌 듯이 앉았을 뿐










145. 독항우전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'항우전'을 읽고서


 
     영웅이 죽어 가니 운수 없음을 알았지만

     오추가에 이르러선 목이 메어 읽을 수가 없네

     나무가 뽑히고 한낮에 어두운 건 하늘 뜻이 있은 듯하나

     어지하여 거듭 눈동자 둘인 사람을 낳았는지









146. 화근숙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건숙에게 화답함



     머리가 빠지려 할 때 희끗희끗 눈발 벌써 날리는데

     아마도 그대는 십 층이나 되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겠지

     지금껏 난초 같은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

     늘 가난하여 배가 너무나 고팠을 건데











147. 영귤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귤을 두고 읊음
                   - 위 두연은 진사 어웅신이 지었고 아래 두연은 선생이 지었다.



     옥 같은 가지 얼까 하여 온몸을 감쌌다가

     노란 알맹이 보고자 한 쪽을 열었도다

     맛이 너무 신 것이 꺼려지긴 하지만

     거친 데 버려져서 상림원의 매실과는 다르다오









148. 기유계선어사공명월사독서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
     명월사에서 독학하는 유 계선과 어 사공에게 부침



     이제 알았노라, 모였다 흩어지는 데 본디 마가 있다는 걸

     그대 수레 여기 없으니 진실로 탄식스럽구나

     겨울 밤 삼경녘에 글읽기를 끝냈을테지

     과거에 합격하면 어떻고 떨어지면 어떠리 












149. 화기송상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송 정승에게 화답하여 부침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- 이름은 찬이다.



     천주봉 높은 멧부리 구름 속에 숨었다가

     상공이 오니 얼굴을 드러내네

     산골 늙은이 기장 술에 거나하게 취했는데

     훌륭한 분 마주하니 정이 다함 없도다










150. 증박군사모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

     박사공에게 줌


   
     해당화 져서 서리처럼 날리는데

     그대 다정하여 향기 맡고자 하네

     절묘한 그림이나 살아 있지 않으니

     날아왔던 호랑나비 돌아가기 바쁘리라